[칼럼] 전력망 혁신, 한전과 전력거래소를 바꾸자

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송승호] 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급증하고 있는데 전력망 혁신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10%에 불과한 우리나라도 과감한 전력망 혁신이 없이는 탄소중립은 커녕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 30%도 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우선 한전과 거래소를 비롯한 전력 당국은 눈앞에 닥친 재생에너지 30%를 뉴노멀로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설마 그렇게 되겠어?‘ 혹은 ‘내가 이 업무를 담당할 때가 아니면 괜찮아’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당장 그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미 전력망 설비 계획(Planning)과 신규설비 접속 절차(Connection Process), 그리고 전력망 운영(Operation) 등 여러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의 대규모 수용에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10차 때부터 송변전 설비 계획 물량이 크게 늘어났는데 만약에 8차 때부터 제대로 준비했더라면 4년을 앞당길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많다. 그런데 지금의 조직과 인력으로는 눈앞에 닥친 10차와 11차 물량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힌다. 신재생 접속도 그렇다. 송변전 설비 이용 계약일 기준으로 하다보니 2020년에 대폭 강화된 현행 기준을 2025년에도 적용하지 못하고 준공하는 설비들이 있다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면 기술 요건이 부족한 채로 20년 이상 사용해야 하는데 과연 그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까? 전력망 운영은 어떤가? 재생발전기의 무효전력 제어 성능과 기능을 활용하지 않고 보고만 있었다니 이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유틸리티의 입장에서 보면 재생에너지 증가를 환영하거나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게 없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계획도 운영도 마음대로 되는 대형 발전기들이 훨씬 더 편리하고 익숙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는 국가 목표인 동시에 우리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지않나? 정말 한전과 거래소가 바뀌어야 한다. 아니 이제는 바꾸자. 우선 인식을 바꾸고 목표를 바꾸고 보상 체계를 바꾸며 필요하면 제도와 조직도 바꾸자.
첫째, 송전망 관련 투자 결정 프로세스를 빠르게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에너지 고속도로와 관련한 국가적 프로젝트의 예타 프로세스 면제도 검토해야 한다. 너무 늦어졌기에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두 번째, (공기업) 경영평가 목표를 부과하자. AI 대전환 시대와 재생에너지를 뒷받침할 전력망 확대 및 적기 건설은 공기업의 가장 큰 경영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목표달성시 기관별 부서별 개인별 인센티브도 활성화했으면 좋겠다.
세 번째, 프로젝트 단위의 전담 인력 구성 및 업무 연속성 유지로 책임과 보상을 강화했으면 한다. 공기업과 일해본 사람은 모두 안다. “담당자가 바뀌었는데요”하면 다시 1년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네 번째, 전력망 설계, 건설 및 운영 분야 석박사급 우수 인력은 최소한 100명을 보강해야 한다. 공기업 지방 이전 및 적자 운영 기간 동안 사기가 떨어진 공기업에 우수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처우 개선 및 경력직 우대를 통해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 최근의 인재 탈출 현상은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결국은 사람이다.
다섯 번째, 한전에서 송전 부문을 분리하여 거래소와 통합하고 TSO(Transmission and System Operator) 체계로 운영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것 같다. 물론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한전과 거래소간의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중복 투자가 되는 경우도 있으며 서로 상대방의 책임이라고 미루는 사례도 보인다. 힘을 합쳐서 미래 전력망을 개척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부’해야 한다. 이미 해외에서 수많은 달고 쓴 경험을 해봤고 그것들을 한 자리에 모여서 토론하고 발표한 자료가 곳곳에 있지 않은가? 안정도 해석 모델을 정교화하고 최적화 솔루션을 찾으려면 시뮬레이션 모델 확보 및 활용 기술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 태양광, 풍력 발전 뿐만 아니라 새로 보급이 확정된 BESS, STATCOM 등 신규 계통 안정화 설비에 대한 규격 강화 및 최적화 활용 방안도 시급하다. HVDC는 얼마나 공부할게 많은가? 새로운 설비들이 들어오니 그에 맞는 공부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거래소가 발표하고 한전이 발표하는 우수한 논문이나 리포트를 보고싶다.
이러한 일에는 반드시 비용이 따른다. 재정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요금을 올려야 한다. 자금과 인력을 주고 일을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한다. 한전과 거래소는 최선을 다해 빨리 재생에너지를 수용하고 가보지 않은 그 길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갈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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