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탄소세, 2025년부터

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송승호]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국 수출 제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탄소세가 2025년부터 현실화될 예정인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의 청정경쟁법 CCA 법안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로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를 받고 있어 통과가 유력하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 CBAM 에 더해서 미국에도 탄소세가 도입될 예정인 것이다. 특히 미국의 탄소세는 2025년에는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고탄소 배출 원재료 12품목에만 적용되지만 2027년부터 완제품으로 적용범위가 확대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어서 자동차를 비롯한 우리나라 수출품들이 광범위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의 탄소세 제도에 큰 특징이 있다. 바로 “국가”단위의 “탄소집약도 carbon intensity”를 기준으로 삼아서 탄소세 비율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정경쟁법 CCA Clean Competition Act 라고 부른다. 여기에 사용되는 기준은 GDP 대비 탄소배출량으로서 경제 규모를 반영한 수치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9개 주요 국가중 24위이고 (우리 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중국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남아공 뿐이다) 심지어 미국 0.27 보다 우리나라의 탄소 집약도 0.34 가 훨씬 높다. 대부분 주요 국가의 탄소 집약도가 0.1x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가 탄소 수출국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탄소 집약도에 따라 수출에 피해를 입는 중소 중견 기업은 무슨 죄가 있나? 국가 단위 탄소집약도가 나빠서 자신들의 미국 수출품에 탄소세를 맞아야 한다는 현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에너지를 아껴쓰자는 감성 마케팅이 아니다. 아무래도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관심은 있으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 아닌가? 그런데 이건 다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나라가 유럽, 미국 시장에 물건을 팔 때 Made in Korea 가 탄소세를 맞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탄소세 비용의 주요 결정요인에 해당하는 국가 단위(일반경제) 탄소집약도 개선을 위해 발전부문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탄소 집약도가 주요 국가 최하위 수준인 주요 원인은 산업 구조적인 원인도 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OECD 최하위 수준인 것과 밀접히 연관된다. 지난 20여년간 유럽은 물론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에너지 효율화를 추구하여 탄소 집약도를 평균 40% 가량 낮추는 성과를 이루었으나 우리나라는 15% 낮추는 데 그쳤으며 재생에너지 발전량 믹스는 2023년말 현재 약 8% 수준으로 OECD 평균 23%에 크게 못미치는 최하위 수준이다.
탄소배출 저감은 이제 국제적으로 통상과 금융 등 전 분야에서 거스를 수 없는 중요한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정책과 실행은 한참 뒤쳐지고 있다. 2024년 현재 정체되어있는 재생에너지 정책에게 묻는다. 앞으로 더욱 큰 부담을 후대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인가?
한국은행이 2024년 11월 발간한 기후변화 리스크 관련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해당 보고서는 2050년경 정유, 화학, 시멘트, 철강 및 자동차 산업의 부가가치 감소폭(기준시나리오 대비)을 각각 △60.4%, △48.2%, △45.5%, △183.9%40), △45.1%로 추정하고 있다. 보고서의 검토 결과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조기에 강화하는 것이 이로운 전략임을 시사한다.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조기에 강화할 경우 초기에는 상당한 정책 비용을 수반하나 이후 기후변화 리스크 충격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국내 경제의 회복력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만일 탄소감축 정책 도입을 미루다가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2030~2050년 중 탄소가격을 단기간에 급격히 인상할 경우, 국내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당장 별다른 정책 행동을 취하지 않고 2030년까지 지연시킨다면 2030~2050년 사이에 더욱 큰 피해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기업의 기술발전 속도도 지연되어 국내 경제가 기후변화 리스크 충격에서 회복하는 속도 또한 느릴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한다. 기술 발전을 리딩해야 할 우리나라가 주춤 주춤 하는 사이에 기술 우위는 커녕 (재생에너지) 보급 수준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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