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전선 민간 건설하자! 민영화는 NO
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송승호] 우리나라는 현재 송전망 부족으로 인해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대규모 계통 접속 지연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동해안 지역에 건설 중인 신규 화력발전소 및 원자력발전소가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또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따른 전력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발전사업허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해상풍력 사업들은 대부분 사업 예정지 인근에 전력계통이 충분치 않으므로, 신규 사업이 들어올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기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도 전력계통 확보 문제로 4~10년 지연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백MW 규모의 조단위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서 이러한 불확실성은 곧 사업의 철수와 수백억원의 매몰 비용을 뜻한다.
전력계통의 적기 확충 없이 어떻게 2030년 14GW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하고 2036년 30% 수준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송전망 확충이 시급히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간 갈등 및 지역사회의 반발로 인해 국가 전반적인 송전망 확충은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 송전사업자인 한전이 공기업으로서 전력망 전반을 책임지는 현 체계 하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대규모 적자 누적으로 허덕이고 있는 형편 아닌가?
이러한 상황 가운데 정부는 2023년 12월 전력계통 혁신대책을 발표하였고, 또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중이다. 새로 제안된 특별법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무탄소 전원의 계통 연계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단지 전력 공급을 위한 345kV급 대용량·장거리 전력설비가 대상이다. 송전망 건설은 국가 에너지 안보 및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와도 직결된 문제이므로 반드시 적기확충을 해야 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보완이 되어야 한다.
우선 무탄소 전원을 연계하기 위한 345kV급 송전선 건설도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즉 공동접속 설비를 포함한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의 345kV급 송전선도 특별법 적용 범위에 포함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송전설비 건설 방법 다양화해서 민간 사업자의 송전망 건설 투자를 허용하고 장려해야 한다. 다만 안정성과 안보 등 전력망의 특성상 송전망 운영은 하나의 회사, 한전이 운영해야 한다.
민간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이해 당사자 협의, 인허가 문제 해결, 창의적인 주민 참여형 개발 등으로 2~4년 정도 빠른 송전선로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며 송전망 건설 지연데 따른 종합적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한편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송전망 사업의 민영화 혹은 그 시발점이 아니냐고 의심하는데 민간 투자를 활용한 전력망 적기 건설은 전혀 민영화와는 관련이 없고 오히려 전력망 건설과 운영의 파이가 커져서 특히 건설 및 운영 유지보수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민간 투자가 허용된다면 그 범위는 발전사업자뿐만 아니라 제3의 민간 사업자도 가능해야 한다. 만일 케이블 제조사 또는 대규모 전력 수요자 등 규모 있는 사업자가 참여한다면 금융 투자 확보가 좋아지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민간 송전선 건설 사업의 주체는 해당 선로와 관련된 발전사업자와 협력해서 발전사업 준공 시기 조율 및 비용과 수익 분담, 다수의 사업자 연계 운영시 기술적 리스크 및 보호 체계 등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한전과도 밀접하게 협력해서 송전선로 신규 건설의 명분과 필요성 공유, (민간 시공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인 정합성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면서도 한전에게는 민간, 공공 가릴 것 없이 송전선 전체의 적기 건설 목표 달성에 대한 공기업 책무를 가지도록 해야한다. 즉 재생에너지 발전과 첨단 신규 부하의 전력망 연계 선로 확충성과를 공기업 경영평가에 반영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만난 다수의 한전 직원들은 조직이 좋은 평가를 받고 또한 열심히 노력한 댓가로 승진하는 것에 매우 관심이 많더라.
아무쪼록 전력망 확충이라는 시급한 문제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의 실마리가 되었으면 한다.